스탠바이, 웬디 (Please Stand By, 2017)

 

 

 

 

'미지의 세계는 정복해야지 두려워할 게 아니네'

 

텅 빈 우주 속으로 서서히 굴러 떨어지자 우주복의 빛이 어둠 속의 그를 환히 비춘다. 작고 외로운 밤의 바닷속 빛 한 점. 처음으로 사연도 없고 여음도 없고 머릿속이 텅 비었다. 다만 정적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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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영화인데 우리나라에는 18년에 개봉하였다. 내가 정말 영화관을 잘 안 가기는 했나보다. 2년이 지나서야 이 영화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추천을 받은 것도 아니고 대충 시간 떼우기용으로 무료 영화를 찾던 도중에 우연히 발견하게 된 영화이다. 

 

웬디는 공모전에 자신의 시나리오를 제출하기 위해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곳으로 피트라는 강아지와 함께 떠난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웬디의 발걸음을 지켜볼 때는 설렘이 아닌 두려움의 상태를 유지하였었다. 사실 영화기 때문에 판타지적인 요소를 감안하면 그녀가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하게 되더라도 결국 해결하고 긍정적인 결말을 맺게될 것이라는 생각이 무의식중에 들기는 하지만,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편하게 마음을 놓고 보기는 어려워지게된다. 그리고 웬디는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나의 그러한 마음을 동시에 조금씩 깨부수어줬다. 웬디는 생각보다 더 용기 있었고 어쩌면 내가 가진 두려움의 감정이 웬디를 향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향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새로운 도전을 할 때 설렘보다는 실패하여 낙담하게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더 크게 나에게 다가온다. 그래서 늘 낯선 곳으로 향하기보다는 익숙한 곳에 머무르는 것을 더 선호하였다. 정말 선호하였던 것인지,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마음을 숨기려고 하는 변명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도착지까지의 웬디의 행보는 그닥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어쩌면 지쳐버릴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도 그녀는 크게 절망하지 않고 다시 꿋꿋하게 걸어나간다. 그런 그녀의 태도는 나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해줬다. 상황이 괜찮아지면 혼자 여행이라도 여기저기 다녀와볼까 하는 생각도 들게 만들어줬다. 약간 영화랑 좀 동떨어지는 다짐인 것 같지만 아무렴 각자가 나아가고자 하는 곳은 모두 다르니까 그렇게 느껴지는게 아닐까하는 괜히 변명 아닌 변명을... '~'